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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손동운x이기광

by. 허니비 (@honeyb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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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퐁당ㅡ 시골소년답지 않게 새하얀 한소년 개울가에 앉아 조약돌을 던진다.

"안녕"

한소년이 그 소년에게 인사를 한다. 처음듣는 낯선 목소리에 놀란 소년이 돌을 던지다말고 놀란 눈으로 뒤를 바라본다.

"누구?"

"손동운. 니이름은 뭐야?"

"이기광..."

매앰매앰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여름의 중간자락에 그렇게 만났다.

 

동운은 오늘도 그 개울가에 기광이 있을거같아 개울가를 찾아갔다. 기광은 오늘도 그 개울가에서 조약돌을 던지고 있었다. 잔잔한 물결이 조약돌에 일렁인다.

"안녕"

흠짓놀랐지만 동운의 목소리라는 걸 안 기광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동운이 제 옆에 와 앉기를 기다렸다.

"뭐해? 여긴 안심심해?"

"심심해 놀것도 없고... 친구도없고..."

"음ㅡ 그럼 서울로 가면되잖아. 거긴친구도 많고 놀것도 많은데..."

"못가.."

"왜?"

"그럴만한 일이있어.. 넌 서울에서 온거야?"

"응 여름방학이라 잠시 엄마따라 외할머니 뵈러 왔어. 여름방학이 끝나면 갈거야."

"부럽다. 나도 이 곳을 떠나고 싶다."

기광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다시 조약돌을 개울가에 던진다. 동운도 아무말 없이 기광을 따라 조약돌을 던져본다. 물결의 일렁거림이 더 심해진다.

방학인데 제 엄마는 외할머니곁에 붙어있느라 저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이 한적한 시골에 할 일도 없고 놀 동무도 없던 동운은 매일매일 기광을 찾아갔다. 매일 찾아가 서울 얘기도 해주고. 제 친구들 얘기도 해주었다. 기광은 늘 말없이 웃으며 동운의 얘기를 들어주기만 하였다.

"넌 나에게 할말없어?"

"응.. 난 니얘기듣는게 제일좋아."

한번도 동운의 쪽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늘 얘기만 들어주며 조약돌만 던졌다.

툭툭ㅡ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쏴아아 하며 비가내렸다. 기광이 벌떡일어나 동운의 손목을 잡고 근처 움막집으로 향했다. 비를 맞아 그런지 손목에 닿은 기광의 손은 차가웠지만 동운의 손목은 이상하리만치 뜨거운 열이났다.

"비다. 장마인가."

"아니 잠시 스쳐가는 소나기야. 마치 우리처럼..."

동운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향해 손을 뻗어본다. 멀뚱히 바라만 보던 기광이 살풋 웃으며 동운을 따라 손을 뻗어보려하다 멈칫한다.

"동운아.. 서울안가면안돼?"

"니가 서울로 오면되잖아."

"나는 못간다니까..."

왜 못오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물어봐서는 안될거 같았다. 동운은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기광을 멀뚱히 바라보다 기광에게 손을 뻗어본다. 기광이 주춤하고 뒤로 물러선다. 한발 기광에게 다가가본다. 두발 기광이 물러선다. 마치 넘어선 안되는 경계선이 둘의 사이를 가르고 있는 것 같았다. 더이상 다가오지말라는 기광의 메세지였다. 아쉬운마음에 동운은 손을 내리고 다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그 후 몇일 기광은 개울가에 보이지 않았다. 연약해보였던 기광이 비를맞고 감기에 걸린건가 싶어 찾아가보려했지만 제가 아는거라곤 이름뿐이였다.

"엄마 기광이 있잖아."

"기광이?"

"응 왜 이마을에 나랑동갑인 아이"

"설마 이기광???"

"응응 걔 어디살아?"

해맑게 물어보는 동운의 말에 엄마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동운은 궁금한 눈빛으로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한숨을 포옥하고 내쉬었다. 웬지모를 긴장감에 손에 식은땀이났다.

"걘 죽은아이야. 3년전 이맘때... 누가 걜 죽이고 개울가에 빠트렸어. 걔네 부모님은 그 충격으로 이 마을을 떠났어. 근데 니가 어떻게 그 아일 알어?"

"뭐??? 죽어???"

"어 그러니까 어떻게 알았는지 얘기해."

"아니... 뭐 그냥... 어쩌다..."

엄마는 동운의 어깨를 부여잡고 물었지만 동운은 차마 만났다고 말할수 없었다. 어릴때부터 귀신을 봐왔던 자신을 걱정하는 엄마에게 또 걱정거리를 안겨들이긴 싫었다 . 동운은 기광이 귀신이라는 사실에 혼란스러웠다. 분명 몇일 전까지만 해도 저와 웃고 떠들던 동무였다. 그런데 3년전에 죽은아이라니.. 그래서 저에게 그렇게 경계선을 쳤나 싶었다. 곰곰히 그날의 기광의 손의 감촉을 떠올려봤다 분명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저는 그저 비가와 몸이 차가워져서 손도 찬거겠거니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귀신이였다니 믿기질 않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기광의 뒤엔 그림자가 비치지 않았다. 동운은 그것을 유심히 고민해본적도 없을 뿐이거니와 기광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고. 기광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좋았었다.

다시는 볼수없는걸까 싶었다. 귀신이라도 다시 만나고 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같이 그 개울가를 찾았다. 기광이 떠날수 없는이유는 자신이 죽은 장소였기때문일텐데 동운이 떠나기 하루전까지 기광은 나타나질않았다. 그래도 동운은 매일같이 그 개울가를 찾아갔다. 동운이 서울로 떠나기 하루전 기광의 명복을 빌기위해 국화꽃 한송이를 사들고 개울가로 향했다. 드디어 기광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네. 나 내일 떠나 "

"응. 동운아 나 너에게 하지못한말이있어. 그거 말해줄려고 왔어."

"알고있어."

"알고있었어?"

"응"

새하얗고 맑은 기광의 미소가 보기좋았다.

"이거 니 선물이야."

"고마워"

살짝 스치는 손끝이 매우 찼다. 아 진짜 귀신이구나 동운은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나 너알고 행복했어 동운아... 나이제 편하게 떠날 수 있을거같아 고마워. 이제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해줘서 그 인사 전하려고 왔어."

"다행이다. 행복해야해 기광아."

"응 너도 너도 행복해야해."

기광은 동운이 건내준 국화꽃 한송이를 들고 점점 흐릿해졌다. 눈은 울고있었고 입은 웃고있었다. 행복해보였다. 다행이다 기광아 다행이다... 동운은 떠나는 기광을 바라보았다. 보고싶을거야. 내 한여름의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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