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홉시 반의 아이스크림
양요섭x이기광
by. 깽깽 (@sungk1234)
삑. 5천원입니다. 네 만원받았습니다. 봉투담아드릴까요? 여기거스름돈이요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기계적으로 계산을 마치고 손님을 보낸 기광은 한숨을 쉬며 아홉시 반을 향해가고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때쯤이면 올때가 됐는데...
기광은 지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시에 오는 야간타임 알바도 아니고, 이시간쯤 늘 오는 물품배달부도 아니고,
아홉시 반이면 늘 오는 그 누군가를..
그리고,
딸랑. 문이열리고 기광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그 열린문에 꽂혔다.
그 열린 문 사이로 기광이 그토록 기다리던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들어왔다.
그 고등학생은 성큼성큼 기광이 멀뚱히 서있는 계산대로 다가와 파란색 소다맛 뽕따를 계산대에 내려놓았다.
“계산이요”
양요섭, 기광의 시선이 잠깐 그 고등학생의 그러니까 요섭의 명찰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삑,
“천원입니다.”
건네지는 천원짜리 한 장, 그리고 잠깐 맞닿은 요섭과 기광의 손과 시선. 요섭은 기광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선 계산대에 놓인 파란색 소다맛 뽕따를 쥐고 성큼성큼 문을 향해 걸어갔다.
“감사합니다, 또오세요.”
그리고 그런 요섭의 뒤에 기광은 작게 사심을 담아 인사를 건냈다.
내일도 또오라고 또보자고,
그러니까, 기광은 매일 아홉시 삼십분 파란색 소다맛 뽕따를 사러오는 교복을 입은 저 학생, 양요섭을 2달째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말이다.
아홉시 반의 아이스크림
-Gk's story-
요섭이 처음 기광이 일하는 편의점에 온날은 지금으로부터 약 두달전 5월의 어느날이었다.
삑, 천원입니다, 이천원입니다, 봉투담아드릴까요, 여기거스름돈이요,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갑작스럽게 몰아친 손님들을 보내고 텅빈 편의점에서 홀로 남은 기광은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손님들이 휩쓸고 간 자리를 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홉시 이십분, 야간타임 교대 알바가 오기까지 40분, 그러니까 40분 뒷면 집에갈수 있겠구나, 집에가자마자 씻고 맥주나 한캔 까야지. 하지만, 그전에 매장부터 정리해야겠지.
기광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계산대에서 나와 손님이 한바탕 어지르고 간 테이블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한번, 기광이 시계를 보았다. 아홉시반, 이제 정말 삼십분후면 집에 갈 수 있어. 곧 올 야간 알바생을 생각하며 신난 기광은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쓰레기토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딸랑, 문에서 나는 종소리에 기광이 자동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어서오세요,”
짧게 인사를 건넨 기광은 빠르게 계산대 안으로 들어갔고, 그리고, 탁, 파란색 소다맛 뽕따가 계산대 위에 올려졌다.
삑, 고개를 숙인체 기광은 기계적으로 바코드를 찍었다. 화면에 뜬 천이라는 숫자에 아 요새 뽕따 겁나 비싸졌네 하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가격을 알려주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천...원입니다..”
그리고, 거기엔, 기광의 취향을 꼭 빼다박은, 그러니까 기광의 완벽한 이상형이 서있었다.
어떻게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건네주었는지 기억도 하지 못한체 기광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네는 손님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계산을 마친 손님이 사라지기전까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더랬다.
그날, 야간교대알바가 오고 집에 돌아간 기광은 차가운 물줄기에 머리를 식히며 아까전 제 취향을 빼다박은 그 교복을 입었던 고등학생을 생각하며 별의 별 생각을 다했다.
그 목소리, 자신과 비슷했지만 다부졌던 몸, 자기만큼 작은 둥근얼굴에 눈, 코. 입 그리고 오천원짜리를 내밀던 남자답고 크던 그 손..
그러다 기광은 이런 자신의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픽 웃음이 나왔다.
에라이, 24살인 본인이랑 최소 5살은 차이날텐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온갖 상상을 다하는 자신의 모습이 웃겨 쏟아지는 물줄기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근데, 또 올까..
머릿속에서 자꾸만 드는 다시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애써 무시하면서.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매일, 그남학생, 그러니까 명찰에 의하면 양요섭은 정확히 9시 30분 파란색 소다맛 뽕따를 사러 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기광은 어느새 그런 요섭을 기다리고 머릿속에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보다 최소 5살은 어릴 애를 두고 무슨상상을 하는건지, 기광은 요새 무척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두달 전 요섭과 처음만났던 그날을 상상하던 기광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나이 먹고 주책도 가지가지지 아무리 자기 취향을 빼다 박았다고 한들 쪼꼬딩한테 설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자신을 탓하며 기광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야간교대 알바가 오기를 기다리며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요섭의 모습을 지우려 노력했다.
벌써 두달짼데, 이동네 고등학교 교복은 아닌거 같던데.. 집이 이근처 인걸까. 나이는 몇 살일까, 여자친구는...있을까..
애써 요섭을 지워내려하는 기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떠오르는 요섭과 피어오르는 요섭에 대한 궁금증에 기광은 작은 머리를 헝클였다.
“아 진짜 이기광 니가 미쳤지, 도랐지... 어차피 말도 못걸거면서..”
자꾸만 잘 알지도 못하는 요섭에 대해 커져가는 마음에 기광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래, 어차피 내일도 오분이지만 또 볼 수 있을테니까. 오분이지만 매일 보는거에 만족해야지...하루에 오분이지만 요섭을 보는 시간이 어느새 소중하게 자리잡은 기광이었다.
그래서, 기광은 지금 좀 시무룩한 상황이었다.
아홉시 반, 여느때와 마찬가지이면 편의점 매장에서 요섭의 뽕따를 계산해 주고 있어야 할 기광이지만 기광은 지금 자기집 소파에 앉아있는 상태였다.
야간교대알바는 매번 5분 10분씩 늦었던게 미안했던지 9시에 편의점에 모습을 드러냈고, 형 오늘은 일찍 들어가요하면서 괜찮다는 기광의 등을 떠밀었다. 그 결과, 기광은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퇴근을 했고, 오분이지만 맨날 보던 요섭을 보지 못해 시무룩한 상태였다.
고작, 오분 하루 못본거 뿐인데, 어쩐지 힘이안나는 것 같이 느껴지는 기광은 째각짹각 아홉시 반을 향해가고있는 시계바늘을 보며 요섭을 떠올렸다.
아, 나 정말 중증인가봐..
말한번 못걸을거면서 요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꾸만 커져가는 마음에 기광은 조금 다황스러워 쉽게 잠을 청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몰려오는 손님을 보내고 기광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홉시 반까지 오분전, 오분뒤면 요섭이 오겠지, 기광은 다운되어있던 기분이 업됨을 느끼며 요섭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째깍째깍 시계바늘이 아홉시 반을 가르켰고,
딸랑, 종소리와 함께 기광이 그렇게 기다리던 요섭이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고작 하루못본거 뿐인데 얼마나 반갑던지.
편의점 계산대에 올려진 파란색 뽕따마저 반가워 기광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제 말을 걸어보고싶어졌다 기광은.
두달째 오는 단골손님인데 말한번 걸어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 욕심아닌 욕심은 한번 부려봐도 되지않을까
떠오르는 생각에 기광은 그저 픽 웃어보였다 어차피 못걸겠지만.. 그리고 그순간
“어젠 왜 없었어요?”
그러니까 말을 걸어보고 응?
“저기..네?”
용기내 요섭에게 말을 걸어보려던 기광은 갑작스레 질문을 던져오는 요섭에 당황해 되물었다.
“어제 왜 없었냐구요, 형말이에요 어제도 뽕따사러왔었는데.”
“그..저 어제..야간교대알바가 일찍와서...그..”
기광은 지금 자신이 멍청해 보일거라고 생각했다. 요섭이 매일 아홉시반 아이스크림을 사러온지도 거의 두달이 다되가던 날이었다.
그동안 둘사이에 대화는 천원입니다와 감사합니다가 전무했고, 기광은 혼자 요섭을 기다리고 자신의 취향과 너무나도 부합하는 요섭을 놓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고등학생이라 자책하고 혼자 별 쇼를 다했었더랬다.
말한번 걸어보고싶었지만 기광의 성격상 말을 거는건 불가능했었고, 상대는 무려 자신이랑 최소 다섯 살은 차이날 고딩이 아니던가. 그래서 지금 두달만에 자신에게 질문을 해오는 요섭에 기광은 어버버 당황해 멍청이처럼 대답했더랬다.
아... 쪽팔려.. 이게뭔..
어쩐지 부끄러워져 얼굴이 빨개지는거 같은 기분에 기광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늘 그랬듯 삑, 뽕따의 바코드를 찍으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짐짓 아무렇지 않은척 하며 말했다.
“천원입니다.”
“으흥.. 어제 야간알바형이 일찍 왔었구나. 너무했네 그형.”
“네?”
그리고 다시한번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의문스러운 말에 기광은 빨개졌을게 분명한 얼굴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 요섭을 쳐다봤다. 그리고 요섭은 그런 기광을 빤히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어, 형 얼굴 빨개졌네요”
아, 젠장.
기광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기광을 보며 요섭이 말했다.
“나 사실 아이스크림 별로안좋아해요, 형”
“?”
“교복만 봐도 알겠지만 여기근처학생도 아니고요 여기서 버스타고 20분은 가야 우리집이고 학교에요.”
“네?”
자꾸만 의문스러운 말만 늘어놓는 요섭에 기광은 머릿속에 물음표가 백만개쯤 뜨는 기분이었다, 이 근처 고등학교 학생도 아니면서 두달째 출석도장을 찍듯 평일 매일 같은시간에 뽕따를 사러오는 교복에 달린 명찰로 추리한 양요섭이란 이름의 아이. 그것이 기광이 알던 요섭의 전부였고,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기광은 요섭에 대해 혼자서 추리를 했더랬다. 분명, 이근처 고등학교에 여자친구를 만나러 오는거라고.
그런 요섭이 두달만에 기광에게 처음으로 말을걸었고 대뜸 자신은 뽕따를 싫어하고 이근처 학교 학생도 아니라는 커밍아웃 아닌 커밍아웃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매일 20분씩 버스를 타고와야되는 이 편의점에 뽕따도 싫어하면서 왜 늘 같은시간에 뽕따를 사는건데? 왜 맨날 굳이?? 여자친구가 뽕따를 좋아해서? 근데 넌 지금 그걸 나한테 왜 말하는건데.. 흑심품지말라고? 내가 그렇게 티냈어...?????
기광은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궁금증과 창피함과 자괴감에 안그래도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창피해 빨개졌을 얼굴을 더욱 붉히며 요섭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사실 나 형보러 오는건데 맨날.”
“네?????”
“야자는 열시에 끝나는데 맨날 아홉시에 도망쳐서 버스타고 오는건데, 여기에”
“..??”
그러니까...그러니까... 지금.. 기광은 제귀를 의심했고, 그리고 부끄러움에 안그래도 달아올랐던 얼굴이 점점더 점점더 달아오르는 것을 느꼇다. 그러니까.. 지금...
“첫눈에 반했거든요, 두달전에 형한테.”
너...나 꼬시는거니...??
그리고 기광을 향해 요섭은, 안그래도 기광의 취향을 때려박은 그 얼굴로, 자기랑 족해도 다섯 살은 차이날거면서!!!!!!!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나랑 사귈래요, 형?”
그날은 7월의 무더운 어느 여름밤, 아홉시 삼십오분,
계산대에 자리잡은 파란색 소다맛 뽕따와 나풀거리는 천원짜리 한 장. 웃고있는 요섭과 당황해 얼굴이 붉어진 기광. 요섭이 늘 같은시각 파란색 소다맛 뽕따를 사러온지 두달째 되는 날이었다.
삑, 천원입니다.
오늘도 얼굴이 빨개져서 자신이 좋단 티를 팍팍내면서 작은손으로 바코드를 찍는 기광을 바라보며 요섭은 작게 웃었다.
천원짜리를 건네면서 자신과 잠깐 맞닿은 손에 파르르 놀라는 기광의 모습에 요섭은 웃음을 참을수 없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이 좋단 티를 이렇게 팍팍 내는데 두달째 말 한번 걸지 않는 그가 어쩐지 좀 야속하고 놀려주고 싶은 기분도 들었다.
잠깐 스친 시선에 가볍게 목인사를 하고 돌아선 요섭의 등뒤로 들려오는 기광의 또오라는 사심 섞인 작은 인사에 요섭은 웃음 참지 못하고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아, 아무리봐도... 편의점 알바생 저형은....
“아...존나 이뻐..귀여워....”
너무나도 자신의 취향을 때려박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요섭이 기광에게 반해 그 편의점에 출석도장을 찍은지 두달이 다되가던 날이었다.
-Ys's story-
요섭이 기광에게 첫눈에 반한날은 오월의 어느날이었다.
교실에 앉아 사귄지 한달 된 혜라의 징징거리는 문자를 보며 시큰둥하게 핸드폰 전원을 끄는 요섭의 뒷통수를 친구가 툭 내려쳤다.
“뭐하냐 이혜라랑 문자?”
“엉.. 아 얘 귀찮게 징징댄다.. 귀찮아 죽겠다 진짜..”
사귄지 한달된 여자친구임에도 혜라의 징징거림에 요섭은 몇일전부터 꽤나 귀찮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다지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이상형도 아닐뿐더라 그냥 자신이 좋다고 쫓아다님에 그러려니 하는마음에 사귀기로 결정했던 과거의 자신의 결정에도 살짝 후회를 하고있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남자가 매너가 있지.. 사귄지 한달됬는데 헤어지자고 하기도 뭐하고..
요섭은 자꾸만 윙윙 울려오는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얘가 먼저 헤어지자고 해달라고 하면 참 좋을련만...
“야 오늘 야자감독 누구냐”
멈출 기미가 없이 자꾸만 울려대는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요섭은 친구를 향해 물었다.
“학주일걸?”
“아 좆됬네. 야. 누가 나 물어보면 아파서 집갔다고 좀 해줘라.”
소곤소곤, 친구에게 부탁아닌 부탁을 한 요섭은 아홉시에 향해있는 시계바늘을 보고 주섬주섬 짐을 싼 후 어깨에 가방을 맸다.
“야 너 야자 토끼게?”
“어, 그래도 여자친군데 이혜라 달래주러 가야되진 않겠냐.”
말을 마친 요섭은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고 조심스럽게 뒷문으로 나갔다.
싫든 좋든 한달 사귄 여자친구가 삐져있는데 어쨌든 달래주러는 가봐야겠지..
이혜라네 학교까지 한 20분, 야자는 10시에 끝나니까 교문에서 죽치고 있지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요섭은 혜라의 학교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혜라의 학교 근처에 도착한 요섭은 시계를 보았다. 25분, 끝날 때 까지 35분은 남았네. 뭐하고 기다리냐..
그러다 요섭은 버스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편의점앞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발견했다.
기필코 말할 수 있는데 요섭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았다.. 근데, 그날따라 5월치고 날씨는 더웠고, 편의점 아이스크림 냉장고안의 파란색, 그 소다맛 뽕따가 유난히 요섭의 시선을 건드렸다.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면서 기다려야겠다 생각한 요섭은 뽕따를 들고 편의점에 들어섰다.
딸랑, 지금도 생각하지만 요섭은 그 때 그 울린 종소리가 정말 운명의 종소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곤 했다.
“어서오세요”
쓰레기통을 정리하고 있던건지 쭈구려 앉아있는 몸과 작은 뒷통수를 보며 요섭은 편의점 알바생이 자신만큼 참 작구나 생각을 했었다.
그 작은 몸을 일으켜 계산대로 들어가는 작은 몸과 뒷통수를 바라보며 요섭은 탁, 계산대 위에 아이스크림을 내려놓았고, 계산을 하기위해 그 편의점 알바생이 뒤를 도는 순간 헉 하고놀랐다.
그러니까, 그 편의점 알바생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이상형 이었다. 작은 얼굴이라던가 긴 속눈썹 두꺼운 입술 그래 그 두꺼운입술. 요섭은 기계적으로 바코드를 찍고 자신에게 가격을 알려주던 그 붉은 두꺼운 입술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귀찮은 이혜라는 머릿속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알바생 이기광, 가슴팍에 달려있는 이름표를 확인하며 요섭은 그 알바생의 이름이 기광이란 것을 확인했고, 계산을 마치고 아무렇지 않은척 편의점을 나서며 기광에 대해 별의별 상상을 다했더랬다. 몇 살일까, 여자친구는 있을까 집은 이근처일까.
그날 요섭은 첫눈에 기광에게 반했고, 야자를 끝마치고 반갑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혜라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뺨을 쳐맞았지.
다음날 학교에서 부어오른 요섭의 뺨을 보고 친구가 무슨일인지 물었을 때 요섭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운명의상대를 만나기 위해 얻은 역경과 고난?”
그리고 그뒤로 두달째 요섭은 기광을 보기위해 매일 9시 야자감독선생님의 눈을 피해 도망쳐 기광의 편의점에 눈도장을 찍고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눈치빠른 요섭은 2달 동안 편의점에 눈도장을 찍으며 먹지도 않을 아이스크림을 사며 기광역시 자신에게 관심이 있음을 눈치채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 기광의 알바가 끝난후 편의점 근처 벤치에서 요섭은 다시한번 기광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나랑 사귈거에요 말거에요?”
자신의 폭탄고백에 안그래도 큰 눈이 동그라져서 자신을 바라보는 기광에게 재차 답을 요구했다. 어젯밤, 아홉시 삼십분 편의점에 왔을 때 보이지 않던 기광의 모습에 요섭은 생각보다 큰 실망을 했고, 고작 오분이라지만 매일 보던 기광을 보지 못했다는 그 사실에 이상하게도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기광을 보자마자 충동적으로 요섭은 고백을 했다 기광이 당황할 것을 알았지만, 하루라도 못보는 것에 힘이빠지는 기분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매일 야자도망쳐서 나 보러 온거에요?”
편의점 근처 벤치, 한손에 뽕따를 쥔 요섭과 기광은 한동안 말이없었다.
그리고 침묵을 깨고 기광이 요섭에게 물어왔다.
기광의 질문에 요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도 맨날 나 기다렸었죠?”
물어오는 요섭의 질문에 기광역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세 번째 물어보는거에요 나랑 사귈래요?”
목까지 붉어져 고개를 끄덕이는 기광에 요섭은 기광과 눈을 마주치며 다시한번, 세 번째 돌직구를 날려보았다.
그리고 그런 요섭을 보며 기광은..
“근데 나 생각보다 나이많아요”
“몇살인데요?”
“요섭학생이랑 적어도 다섯 살차이날거에요.”
“24살이구나 다섯 살 차이 나는데..괜찮아요”
이쁘잖아요, 형 완전히 내 이상형인데..
기광의 말에 요섭이 작게 웃었다. 그리고 기광은 드디어 결심 한 듯 요섭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야자 도망치지마요,”
“?”
“내가 알바끝나고 요섭학생, 아니 요섭이 보러 갈테니까. 맨날 조마조마 하게 야자도망치지말고 ”
이제 내가 갈게요, 맨날 보러.
그리고 기광이 요섭을 향해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이뻐서, 요섭은 멍하니 기광을 바라보다, 마주보며 활짝, 기광을 향해 웃었다.
요섭이 기광의 편의점에 아이스크림을 사러온지 두달째 되는 날이었다.
삑, 오천오백원입니다. 봉투담아드릴까요? 네 감사합니다.또오세요
기계적으로 계산을 마친 기광은 매장에 남아있던 마지막 손님을 보내고 어질러진 매장을 보며 땀을 훔치며 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9시 25분 교대알바가 오기 35분전,그리고 아홉시 반까지 5분, 이제 오지말라그랬으니까 안오겠지, 이따가 보러가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서운하네..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요섭을 떠올리던 기광은 픽 웃으며 어질러진 매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째각째각, 시계바늘은 어느새 아홉시 반을 가르켰고, 그리고 그순간
딸랑, 문이 열리고 더러워진 테이블을 닦던 기광의 시선이 자동적으로 문으로 꽂혔다.
그리고 보이는 파란색 소다맛 뽕따를 손에든 아홉시 반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 그러니까 이제 자신의 연인이 된 요섭을 보고 기광은 활짝 웃어보였다.
“어서오세요.”
나의 단골손님, 나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