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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계절 (나의 여름 외전)

윤두준x이기광

by. 동면백곰 (@mythrukawagw)

선배 검사와 함께 법원을 나가던 두준은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한숨을 짦게 쉬고선, 자신의 우산을 선배 검사에게 넘겼다. 여분의 우산이 자신의 사무실에 있나? 하고 생각을 하는 데, 법원 앞에 빨간 우산을 쓰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잘 보이지 않는 얼굴이지만, 분명히 자신이 알고 있는 그와 닮았다. 저만한 키에, 저만한 몸집. 싸이즈를 보면 딱 고 녀석인데, 하고 생각을 하는데,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려던 몸을 다시 돌려 보니, 그였다. 

 

뛰어가서 그의 앞에 서자, 반달로 휘어지는 눈매가 2년이 넘도록 얼굴 한번 안 보여주고, 살아있다고 가끔 엽서만 보내던 그 녀석의 것이 맞았다. 세차게 비가 자신에게로 쏟아지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어느세 우산이 살짝 올라가면서 자신쪽으로 기울어진다. 두준은 그런것에 상관없이, 그를 꽉 안아버렸다. 세찬 빗줄기가 두사람의 머리 위로 거세게 내렸다. 

 

[그들의 계절_나의 여름 외전]

                                                    -동면백곰

 

집으로 도착하자마자, 현관에서 부터 키스가 시작됐다. 두준은 기광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도망가지 못하게 키스를 했다. 적극적으로 나오는 그의 행동에, 기광은 정신이 없었다. 두툼한 입술에 입을 마추고, 혀가 자극적으로 움직인다. 기광의 턱에선 차마 삼키지 못한 침이 질질 흘러내린다. 두준은 그를 한번에 안아 들었다. 그러자 기광이 자연스럽게 그의 허리를 다리로 감는다. 조금 높아지는 기광의 얼굴에 얼굴의 각도가 바뀐 두준은 익숙하게 신발을 벗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기광을 자신의 침대에 올리고, 그의 얼굴을 만지작 거렸다. 빗물에 젖어서 머리카락이 자꾸 시아를 가린다.

 

"어째 더 예뻐진거 같다?"

 

느끼하게 들리는 두준의 음성에 야! 하고 기껏 소리를 지르는 게 다였다. 하지만, 그런 기광의 음성에도 두준은 그의 뺨에 정성스럽게 입을 맞춰주었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의 품에, 기광은 이제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 였다. 

 

***

 

“우왓“

 

두준의 티셔츠라고 하기에도 큰 셔츠를 껴 입자, 자신의 허벅지를 가린다. 씻기도 귀찮고, 옷입기는 더 귀찮다. 하지만, 아까부터 눈 앞에 거슬리는 벽면 때문에 침대에서 나왔다. 침대 맞은 편에 걸린 세계 지도. 그리고 그 옆에는 풍경 엽서가 붙어있다. 기광이 웃으면서, 지도에 찍힌 점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보낸 엽서에 찍힌 포스트 마크를 보고 지도에 표시한 두준의 행동이 감동 아닌 감동이 되었다. 그렇게 급하게 도망가듯 집을 나갔을 땐, 정리가 필요했다. 두준에게 말도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아침 첫 비행기로 일본에 도착한 기광은 두준에게 메시지를 넣고, 형과 형수에게 전화를 했다. 시차가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잠들기 직전인듯했다. 상황이 상황이니, 다는 말하지 않고, 일이 좀 있어서 해외에 있어야 겠다는 말에, 더 깊이 물어봐주지 않는 형이 고맙게만 느껴졌다. 그러는 사이에 두준이 두번이나 전화가 와 있었다. 

 

두준에게 전화를 하고나면 약해질까봐 우선은 참았다. 그리고 그날 일본에서 유럽가는 비행기로 그 곳을 떠났다. 대충 자신이 간 곳마다 두준에게 엽서를 썼다.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도, 그리고 고작 10가구도 안되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도 꾸준히 두준에게 카드를 썼다. 그냥 오늘은 무슨일이 있었다. 등의 작은 일기형식이였고, 언제나 그 엽서의 마지막은 작은 하트로 끝을 맺었다. 준형과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였지만, 자신을 향한 그의 큰 감정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졌고, 회피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일로 두준을 끌어 들일 수는 없었다. 

 

“야 너 옷 좀 입는 게 어때?”

 

티셔츠만 걸치고 돌아다니던, 기광이 꺄르르 웃자, 두준은 기가 막힌다는 듯, 침대에 비스듯하게 앉았다. 움직일때마다 보이는 기광의 하얀 허벅지에는 두준이 물어버려 생긴 벌겋게 자국이 있다. 두준이 보기에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절로 흔들면서, 그를 바라보자, 기광의 예쁜 얼굴이 베시시 웃으면서, 두준을 다시 바라본다. 두준은 다시 한번 마음이 설랬다. 그래 저는 저 얼굴에 넘어간게 확실했다. 강산은 변해도 변치 않는 기광의 예쁜 얼굴.

 

“그래서 정리는 좀 됐어?”

 

두준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기광이 좌우로 머리를 흔든다. 그 모습이 자신이 아는 기광이라서 두준은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할껀데?”

“몰라. 근데 숨어있는 건 아닌거 같아.“

“....음.. 그래. 잘왔어.”

 

두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광은 두준이 앉아 있는 침대쪽으로 가서 마주보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사실....나....너가 보고 싶기도 했고"

 

기광이 쑥스럽다는 듯 말을 하자, 두준은 피식 웃으면서, 그의 뺨에 살며서 자신의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래서.. 집에 갈꺼야?“

“음..들리기는 해야지. 우선은 호텔 체크인 해뒀어.”

 

기광의 말에 두준은 흠.. 하고 말을 뜸드렸다. 두준의 얼굴을 바라보는 기광이 살짝 고개를 돌리면서, 싫어? 하고 되묻기 전에 두준의 입이 움직였다.

 

“그냥 여기 있음 안돼?”

“여기?”

“응. 이제 너 안 보이면 불안할꺼 같아 “

 

갑작스런 두준의 말에 기광의 마음이 철썩 내려앉았다. 그래...적어도 두준에게 그랬으면 안됐는 데..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몇년을 지냈다. 매번 엽서를 보낼 때마다 그 마음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그냥 헤어질까라고 몇번을 고쳐쓰고 다시 고쳤다. 그렇게 말 할수 없었던 건, 단순한 두준을 향한 사랑만이 아니였다. 기광은 그것을 일컬어서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기광과 두준이 처음 만난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기광은 두준이 멋있었다. 교실에서는 실장, 축구부 소속에, 공부도 잘했고, 남고였지만, 친구들에게도 그리고 옆 여자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조금은 쌀쌀 맞아보여도, 그 속에서 다정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처럼 우유부단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자신은 적당한 키에 적당한 성적, 적당한 운동신경이였다. 거기다가 부탁하는 것에는 거절할 줄 몰라서 곤란한일이 생기면, 우선은 회피. 그리고 그 사람과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 온갖 애를 다 썼다. 기광은 이런 자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싫었다. 

 

그렇게 기광은 자신의 생각에 멋진 두준과 함께 축구부를 들면서,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 여름도 여느 여름과 마찬가지로 감기에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머리를 짚고, 약을 슬쩍먹고 나선, 책상에 엎들이니 나릇나릇 졸리기 시작했다. 책상에 엎들려서 졸기 시작했다. 따스한 햇살이 얼굴을 비추어도 그냥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 슬쩍 가려지는 햇살에 눈을 살며시 뜨자, 큰 키의 두준이 커튼을 친다. 기광은 슬쩍 웃으면서, 다시 눈을 감았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뜨자, 반 친구들이 자신의 책상앞에 서 있었다. 점심에 옆반과 아이스크림을 내기로 축구를 하기로 했단다. 감기 초반이긴했지만, 그래도 몸을 아껴야한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겨우 거절을 했지만, 전력에 문제가 생긴다 꼭하자며, 조르기 시작했다. 

 

"야. 하기 싫다는 데 그냥 나둬."

 

두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으응하고 돌아가려는 친구들의 얼굴에 기광은 미안해졌고, 두준의 처음듣는 목소리에 조금은 속상해서 할께 하고 나즈막하게 허락해버렸다. 결국 햇살이 강한 그날, 축구를 했다. 기광의 얼굴색을 보던 두준이, 괜찮겠어? 하고 되 묻지만, 고개만 끄덕이고선, 수비할께 하고 골키퍼 앞쪽으로 뛰어 나갔다. 종치기 5분전, 결국 2:1로 두준과 기광의 반이 승리를 거두었고, 야!! 이겼다 하고 친구들끼리 껴 안고 있는 데, 기광의 눈 앞이 갑자기 깜깜해지는 것을 느끼고선 그 다음에는 기억이 없고, 깨어나니 응급실이였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두준의 모습에, 어? 하고 살짝 몸을 일으키려는 데, 쉽지가 않다. 겨우 목소리를 내서, 두준아 하고 이름을 부르자, 두준이 얼굴을 들고선 기광을 바라보았다. 눈이 벌건 두준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고여있었다. 기광은 그의 모습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자, 두준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선 껴 안았다. 아까 흘렸던 땀은 다 식었지만, 섬유유연제와 함께 나는 두준의 땀냄새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야!!!!!!흐흐흐흐"

 

안겨서 우는 두준을 달래려고 손을 뻣어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들려 주었다. 미안하고 말하려는 데, 갑자기 두준이 몸에서 멀어지면서, 기광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는다. 

 

"좋아해! 나 너 좋아해!"

"어?"

"너 진짜 좋은 데, 너 거절 할 줄 모르잖아."

".."

"너는 나 진짜 싫은 데, 거절 못해서, 나한테서 도망다닐까봐 무서워서 말 못했어."

"....."

"그러니깐, 난 너가 엄청 좋은데, 싫으면 말해. 그땐, 내가 오늘 했던 말 다 잊고 친구하면 되는 거야."

 

자신의 모든 모습을 알고 있는 두준의 말에 기광은 살짝 놀랬다. 천하의 윤두준이 자신을 좋아하는 건 둘째고, 내가 자신을 피할까봐? 동경의 대상이 이렇게 말을 하니, 눈을 크게 뜨고만 있었다. 거절의 표시로 생각한 두준은 몸을 돌려서 병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기광은 처음으로 자신의 손을 뻣어서 그의 손목을 잡았다. 

 

"나...나도 너 좋아."

 

기광의 말에 두준은 다시 기광을 꽉 껴안았다. 거짓말 아니지? 진짜지? 하고 묻는 그의 말에 고개만 끄덕이자, 대답. 하고 꽤나 강단있게 묻는다. 응. 진심. 하고 대답을 하자, 두준이 기광의 뺨에 뽀뽀를 했다. 그렇게 기광과 두준은 사귀기로 했지만, 여름감기의 시작이였던 그날 이후 기광은 10일간 학교를 빠져야했다. 병문안을 와도, 거의 잠자는 기광의 얼굴만 보고 간 두준의 모습에 기광의 어머니가 더 속상해 하셨다. 그렇게 10일 후, 살이 더 빠진 기광은 학교에 오자마자 자신의 짝이 된 두준을 보고 방긋 웃었다. 한 몇일 더 병원에 있을 줄 알았던 기광의 모습에 놀라서 괜찮아 하고 묻는 두준에게 고개만 끄덕이고, 옆자리에 앉았다. 슬쩍슬쩍 스치는 손가락에도 둘은 뺨을 붉혔고, 키득키득 웃기만 했다. 

 

그게 벌써 10년이 넘은 일이지만, 지금까지도 두준의 다정함과 배려에 자신은 그의 행동들을 자신의 이기심에 채우려는 데 급급하진 않나 하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하나는 확실했다. 

 

"응.. 여기에 있을 께.. 근데 나 하나는 확실해진거 같아."

 

집에 있겠다는 기광의 말에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서 티셔츠를 입던 두준이 다시 기광에게 시선을 두었다. 여전히 침대에 앉아서 두준을 바라보는 눈이 참으로 예쁘다고 생각을 할 때쯤 기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확실히 너가 좋아."

 

티셔츠를 껴입던 두준이 웃으면서, 그의 입에 다시 키스를 했다. 그리고 살며시 속삭인다. 나도 너가 너무 좋아.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집앞에 선 기광의 모습이 비장해보이기까지 했다. 두준은 한숨을 쉬었다. 두준은 아직까지도 2년전 그때, 기광에게 무슨일이 있었는 지 모른다. 준형과 관련있는 일이라는 것은 준형이 자신의 회사 앞에 서 있을 때 알아차렸다. 그때 준형이 기광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도 알고 있었기에 무슨일이 일어났는 지는 짐작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렸고, 거기에 맞게 준형에게 행동했다.

 

집앞에서 기다릴까 하다가, 두준은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두준은 기광을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2년간 짝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그 마음은 아니기에, 기다림이 힘들거나 지루하진 않았다. 

 

RRRRRR

 

"어 기광아"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갈께.

"어? 집에 오는 거 아니였어?"

-준형이 아파.

"아프다고?"

-응. 열도 있고, 영 못 일어나네?

"그래서"

-죽이랑 약 먹였는 데, 아프니깐 사람 손타나봐

"..."

-하루만 있다가 갈께.

 

기광의 목소리에 음..하고 대충 대답은 해주었지만, 두준은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것까지 알아들은 기광이, 빨리갈께 기다려줘. 하고 말을 한다. 알겠어 하고 짦게 대답하는 두준에게 기광은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사랑해.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 두준이 내가 더. 하고 짦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전화기를 바라보던 기광이 해맑게 웃어버렸다. 확실히 기광은 성장했다. 2년이라는 외로움 안에서, 단순히 회피하고 도망 중,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해서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게되었고, 그것을 은연 중 준형에게까지 알려주고 있는 것이였다. 

 

자신의 여름감기와 꼭 닮은 감기를 앓은 준형 덕분에 기광이 집에 머물게 된 것이 일주일이 되었고, 일주일 후, 집으로 와 달라는 기광의 요청에 집으로 온 두준을 맞이한 것은 준형이였다. 녀석은 더 남자스러워졌고, 여전히 기광을 바라보는 눈이 아련해보였지만, 이제는 성숙해보였다. 포기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기광도 확실히 달라졌다. 그때는 일단 어떤 방법으로든 그의 시선을 피하기만 했다. 같이 영화를 본다라던가, 아님, 옷을 본다 등의 시선 분산. 이제는 그 시선을 당당히 마주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2년간 그와 기광은 모두 성장했다.

 

집을 나오면서 인사를 하는 기광에게 마중이라며 손을 흔드는 준형에게까지 인사를 한 두준이 차에 타자마자, 빨리 기아를 바꾸어서 출발하려는 데, 기광의 손이 자신의 손등 위에 올려졌다. 두준은 고개를 돌려서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10년이 넘어도 지겨워지지 않는 예쁜 얼굴. 

 

"항상 같은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렇게 기광과 두준은 같은 계절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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