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와 맞이할 계절
迎: 맞이하다.
봄. 추운 겨울이 가고 찾아온 포근한 날씨에 새로운 생명이 기지개를 펴는 계절. 그래서인지 거리의 사람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가득 차 있다. 물론 과거의 나 역시 창 밖의 사람들처럼 평화롭고 포근한 이 계절만의 특혜를 맘껏 누렸을 것이다.
∵
"콜럭, 커헉, "
바깥의 따사로운 날씨와 어울리지 않을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병원 한구석. 내장까지 다 토해낼듯한 구역질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연신 구역질을 하던 남자는 떨리는 손을 억지로 들어보이며 침대 위를 더듬거리다 긴급 호출벨을 누른다. 아이고.. 이러다 진짜 죽겠다, 식은땀으로 범벅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던 남자가 간호사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놓아버린다.
-잠시만요. 선생님 모셔올게요
하, 저에게 진통제를 놔주고서는 심각한 얼굴을 하며 의사를 부르러 간 간호사의 뒷모습을 바라본 남자가 주변의 공기를 작게 밀어낸다. 슬슬 나가야하나, 하긴 여기도 오래 붙어있었지. 혼자 중얼거리던 남자가 자신의 오른쪽 귀에 채워진 은색의 이어커프를 만지작 거리다 이윽고 생각에 잠기려는 듯 눈에 무게를 실어본다. 그때, 간호사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굳은 표정으로 그의 침대로 다가온 의사를 텅 빈 눈동자로 맞이한다. 기광아. 의사가 기광이라며 칭한 남자의 어깨를 살짝 힘을 주어 잡는다. 아야, 쌤 나 아파요. 나 환자. 비릿한 웃음을 띄우던 기광이 어깨로 전해지는 악력에 엄살을 피우며 손을 쳐내고서는 내쳐진 손의 반대편에 들린 서류봉투를 바라본다.
"그거, 주세요"
"뭔 줄 알고?"
"농담할 기분 아닌데"
"...너, "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쉰 의사가 기광을 걱정스럽게, 혹은 진절머리 난다는 듯 내려다본다. 난 네가 무너졌을 때 늘 네 옆에 있었는데, 넌 끝까지 그 아이려나. 잊기 힘든 거 아는데, 그럼에도 나를 봐줬으면 하는 건 내 이기심일까.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야. 정신병원은 가기 싫다며. 너 그렇게 사는 거, 그 아이 부모님도... 벅찬 감정에 살짝은 짜증이 섞인 어투를 내뱉어버린 의사가 아차 싶었는지 말꼬리를 늘린다. 그러자 얌전히 듣고 있던 기광의 눈썹이 움찔거린다.
" 걔 부모님이 왜요? 나 보고 싶다고 하더래요? 아직도 살아있느냐고? "
" 야 이기광, 그건 사고였어. "
" 사고면, 뭐,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대? 그것도 아니잖아. 그럼 난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거야, 두준아. "
" ... "
"진짜 한심하다. 그치. 사람 살린다고 하던 놈이, 살리지는 못할망정 아무것, 도 못했으, 니 "
졸곧 침착하던 기광이 무언가 생각난 듯 심하게 떨려오는 눈동자와 함께 울먹인다. 목이 메이는 듯 뚝뚝 끊기는 말을 내뱉던 기광이 그새 발개진 눈을 보는 사람도 아플 정도로 비빈다. 잠깐의 정적이 지나고, 코를 훌쩍인 기광이 두준에게 손을 내민다. 그거 통장이랑, 보험금이죠? 응, 그리고 너 원래 살던 집 계약서까지.
" 하 그래도 쌤 덕에 여기서 먹고 자고 걱정 없이 살았는데 결국 쫓겨나네. "
" 삐쩍 마른거 빼고는 사지 멀쩡한 놈이 정형외과 입원실에 떡하니 살고 있는데 여간 곤란해야지. 다들 정신과나 보내라고 성화야. "
" 암요, 암요 그래도 1년 반이면 안 쫓겨난게 용하지. 서류랑 일 대신 처리해줘서 고마워요. "
" 그래 이제 여행도 좀 다니고 사람답게 좀 살아. 제발 "
네에에, 도톰한 입술을 앞으로 쭉 내민 채로 진저리 난다는 듯 무성의하게 대답한 기광이 받아낸 서류를 꺼내 내용을 확인한다. 저 인간은 이제 나 없으면 잔소리 할 사람 없어져서 어쩌려나 몰라. 기광의 눈은 복잡한 저의 가정사를 떠오르게 하는 서류에 가 있지만 본인도 모르게 머리 속은 온통 저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두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글씨는 읽는 둥 마는 둥하며 종이뭉치를 팔락인다.
" 이번주 내로 나갈게요. "
" 그래라~, ...어? 야 지금 금요일이야. 갈 곳은 정한거야? 며칠정도는 더 여유가지고 정리해도 괜찮아. "
기광이 아무리 봐도 그냥 빨리 나가주려 뱉은 말인 것 같아 다급하게 말려본다. 돈이야 분에 넘치게 있고... 집은, 음... 저 집 있잖아요. 거기 가지 뭐.
허어?? 무슨 개소리냐는 듯 기광을 쳐다본다. 기광이 떠나보낸 그 아이와 함께 살던 집. 트라우마로 인해 집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고통스럽게 울부짖던 기광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순간 떠오른 옛 일에 두준이 잠시 멈칫하다 시선을 애써 다른 곳에 두곤 기광에게 툭 던지듯 내뱉는다.
" 기광아, "
너에게 봄을 주고 싶어
"어? 아, 아니 네?"
내가 네 겨울을 끝낼 수 있을까.
" 우리집으로, 가자. "
너와 함께 봄을 맞고 싶어
뭐? 기광은 저 인간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두준을 쳐다본다.
내 집, 같이 살자고.
너와 맞이할 계절
여기가 네 방. 손님방으로 쓰던 곳이긴해도 지낼만 할거야. 청소는 대충 해놨고. 필요한 거 있으면 채워 놔. 간단하게 방소개를 해준 두준이 기광의 짐을 마저 나르러 나가자 병원에서 가져온 간단한 짐을 침대 위에 놔둔 기광이 주위를 살핀다. 집 좋네.
" 기광ㅇ... "
쟤 또 저러고있네. 사고가 있고 난 후부터 종종 저렇게 울적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는 기광이었다. 어느새 기광의 옆까지 다가온 두준이 살며시 손을 겹치자 화들짝 놀란 기광이 손을 쏙 빼버린다.
" ... "
" ... 난, "
얼굴을 살짝 붉힌 기광이 한걸음 뒤로 물러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에 무언가 말하려던 두준이 이내 말하기를 포기한다. 난 네가 언제까지고 그 겨울에 머물러있을지 겁나. 그리고 그걸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할 나도.
" 내일 같이 갈 거지? "
" ... 그래. "
선홍빛의 벚꽃들이 무수히 흩날리는 아름다운 봄날, 저 혼자 살갗을 찢고 들어오는 추운 겨울 속에 갇힌 이가 안쓰럽다. 벌써, 벌써라고 하는 게 맞을까. 어느덧 2년이다. 응급실로 실려온 아이의 손과 얼굴은 오열하느라 온 몸에 열이 오른 기광과는 다르게 점점 차게 식어가고 있었다. 제발, 제발... 미친 사람처럼 제발이라고만 반복하는 기광의 손은 붉은 피로 뒤덮여있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아니,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두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 없는 시간은 부지런하게도 흘렀다.
' ... 양요섭님 20XX년 3월 29일 17시 01분 사망하셨습니다. '
눈꺼풀, 경동맥까지 땀이 밴 손으로 확인하는 두준의 머리 속에선 제발, 제발, 여기서 멈추라고 미친 듯이 소리친다. 남은 건 흉부, 환자의 사망을 확인하는 세 가지 절차 중 마지막 단계.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레 요섭의 흉부에 청진기를 가져다댄다. 아, 아... 애석하게도 고요한 물 위를 보는 듯한 살가죽은 끝내 움직여주지 않았다. 목이 멘 소리로 천천히 사망선고를 하자 세상이 무너진 눈을 한 기광이 폴썩, 몸에 힘을 잃고 주저앉았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다... 흐윽, 흐..요, 요섭, 아... 무수히 많은 사람이 바삐 움직이는 응급실 안, 저와 기광 그리고 요섭의 공간만이 시간이 멈춘 듯 움직임을 잃었다. 시끄러운 응급실의 소리는 어째서인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잔인하게 찢어지는 기광의 울음소리만이 제 귀에 들어찬다.
" 아흐윽, ㅇ, 요섭아.. 내, 내 새끼... 흐윽.. "
" ... "
" 내 아들, 내 아들 살려내!! "
" ... "
" 부모 잃은 고아 거둬줬더니 은혜를 이렇게 갚아?! "
한순간에 제 자식을 잃은 어미가 듣는 사람의 마음도 찢어질 정도로 아프게 울부짖는다. 서럽게 울부짖는 여자의 손에 멱살이 붙들린 기광은 저항도 없이 흔들리고만 있다. 얼마나 운건지 불어터진 눈가에 싸인 눈동자는 저에게 저주를 퍼붓는 여자만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언제나 밝은 아이였는데,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다신 보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 아직까지 계시진 않겠지? "
" 응. 안 그래도 바쁜 양반이잖아. "
아침이 밝고, 새벽부터 부스럭거리며 준비를 마친 우리는 그 아이를 떠나보내 주었던 곳으로 간다. 작년, 처음 맞은 기일, 뭣도 모르고 당일에 갔다가 그 아이의 어머니와 마주쳐 곤혹을 치른 후부터 우리는 결국 기일 다음날에 가기로 했다. 기일에 찾지 못하는 건 미안하지만, 그 아이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죽기보다도 싫다는 기광의 의견이었다.
" ... 날씨 좋다. "
그러게. 한창 벚꽃이 만개할 이 시기라 그런지 강 상류에 위치한 절벽의 숲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산들산들한 바람은 우리의 귀를 간지럽혀오고 절벽 아래 힘차게 흐르는 강물에 벚꽃 잎을 얹어 보낸다.
" 요섭아, 나 왔어. "
" 나도 왔다. 꼬맹이. "
오며가며 말은 튼 사이였다. 키는 쪼만한 게 성깔은 더럽게 세서 아르르 거리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기광이랑 키는 얼마 차이도 안 나는 게, 성질은. 옛 추억에 입술을 삐죽이다 제 앞에서 국화꽃을 들고 있는 기광을 바라본다. 절벽 끝에서 두 발자국 정도 물러나 멍하니 서있는 뒷모습이 유난히 작아 보인다. 그런 너를 볼 때마다 심장 한구석이 아려온다.
" ... 요섭아. "
나, 퇴원했다? 두준이랑 같이 살게 됐어. 네가 두준이 맘에 안 든다고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했는데. 헤헤. 요섭아아, 삐지면 안된다? 두준이가 저래보여도 엄청 착해. 나 많이 힘들었는데, 곁에 있어주구... 입원실도 따로 구해줬어. 혼났을 것 같은데 그건 또 아니래. 음... 바로 뒤에 있어서 말하기 뻘쭘하다. 하하...
보고싶어.
내가 널 그리워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너에 대한 그리움이 이전과 같지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염치없이 네가 그리워져.
조금씩, 조금씩...
" 이기광!! "
위험하게 뭐하는 짓이야. 나도 모르게 앞으로 걸어 갔나보다. 절벽 끝자락에서 발을 내딛으려 하는 나를 급하게 달려온 두준이 어깨를 붙들어 제 쪽으로 잡아당겼다. 훅 끌려가버린 탓에 두준과 입술이 닿기 직전까지 밀착되었다.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어리둥절한 내 앞에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저를 쳐다보는 두준이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준의 품에 안겨버린 꼴이었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 아, 아... 미안. "
몇 초간의 정적 끝에 두준이 먼저 마주한 시선을 거두고 아프다싶을 정도로 꽉 붙잡은 내 어깨를 놓아준다. 저를 쳐다보지 못하고 머쓱하게 목을 쓸며 허공을 주시하는 두준의 얼굴이 여전히 붉었다. 내 얼굴도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아 고개를 땅바닥으로 떨구곤 신발 끝으로 애꿎은 흙을 파낸다. 벌써 5개월이다. 두준과 저 사이에 감도는 묘한 분위기도. 처음엔 기겁했다. 못할 짓인 것 같아서. 하면 안 될 것만 같아서. 그런데 지금의 나는, 벽이 허무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다. 난, 뭘 원하는 걸까.
" ... 기광아. "
" ... 응. "
벚꽃 보러 가자. 우리.
사방이 벚나무인 숲에서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요섭에게 인사를 마친 후 제 손을 이끄는 두준에 그저 멀뚱거리며 분홍빛으로 물든 창 밖 만을 바라본다.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차 안, 고요한 정적만이 감돈다. 숲에서 벗어나자 보이는 건물을 지나 얼마나 갔을까, 점차 푸르고 드넓은 들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적이 드문 동네인지 저 둘밖에 없는 들판은 왜 사람들이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따스한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 예쁘지? "
" 응.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았대. "
나 혼자 머리 식히러 오던 곳인데, 너 데려오고 싶었어. 적당히 길가에 차를 세운 두준이 재빠르게 나와 제 차 문을 열어준다. 새벽에 출발했는데,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제 몸을 숨기고 있다. 그로인해 주황빛이 더해진 벚나무가 더욱 붉게 빛난다. 한참을 주변을 바라보던 두준이 정장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기광아.
" 생일 축하해. "
아, 까먹고 있었다. 요섭의 기일 다음날, 오늘은 나의 생일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두준을 바라보자 제 손을 잡아 조그마한 상자를 쥐어준다. 선물. 2년동안 못 챙겨준 거. 머뭇거리며 고급스러운 상자의 포장을 풀자 화려한 듯 해보이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의 실버 귀걸이가 반짝인다. 그런데, 보통은 짝지어 있을 터인데, 하나 뿐 이었다.
" 너, 그 이어커프. 빼라고 안 해. "
" ...아. "
" 그 아이를 추억하는 것마저 내가 참견할 부분은 아니니까. "
그래도, 그래도. 너의 한 부분에라도 내가 있었으면 좋겠어. 네가, 그 지독한 겨울에서 빠져나오면 좋겠어. 하다못해, 그 추운 겨울 속 몸을 녹이는 오두막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떨리는 목소리로 뱉어내는 나의 바램이 너에게 닿길 바라며. 많이, 많이 좋아해. 기광아.
" 너, 너무 갑작스러워서... "
" 알아. 너한테는 갑작스러울 거라는 거. "
그런데, 난 아니야. 네가 그 좁은 병실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렸어. 저렇게 병실 내주는 거, 들키면 아무리 너라도 끝이라고. 걱정이 한껏 섞인 잔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너를 지켜주고 싶었어. 그때의 너는 툭 치면 겨울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잎처럼 바스라질 것 같았으니까. 그날의 죄책감에 휩싸여 봄을 느끼지 못하는 너에게, 감히 내가, 너에게 봄을 선물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기다렸어.
" 그, 그치만, 나, 나... "
" 요섭이도, 네가 행복하길 바라. "
" 나도, 날, 잘 모르, 겠어... "
" 이제부터 천천히 알아가자. 함께. "
나보다 더 떨려오는 목소리로 두서없이 말을 뱉어내는 너의 얼굴이 점점 울상이 되어갔다. 봄을 맞이하기 위한 적응기라고 생각하자 우리.
아직은 조금 쌀쌀한, 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자 우리.
내일이면 다 져버릴 꽃들 사이에서,
우리의 시간만, 조금은 느리게 흘려보내보자.
기광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붉은 노을만이 끝물이 된 벚꽃들과 함께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날이 저무니 쌀쌀해지는 날씨에 몸을 떠는 너를 차로 데려왔다. 많이 쇠약해진 몸으로 한참을 운 탓인지 차에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골아 떨어져 버린 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년이 되든, 내후년이 되든, 기다릴게. 그래도 그 시간이 너무 길지 않기를. 작게나마 바라.
-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고, 겉으로 보기엔 우리 사이는 변함이 없었다. 일어나보니 옷이 갈아입혀져 침대에 누워있었고, 두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정형외과 엘리트답게 두준은 집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일주일 동안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나눠보지 못했다. 딱 한번, 새벽에 물을 마시러 나왔을 때 잠시 뭔가를 가지러 온 듯 다시 병원으로 가는 너와 마주쳤다. 피곤에 쩔은 얼굴. 쉽게 충혈되던 두준의 눈은 지금의 상태를 알려주듯 붉은 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 ...아, 나가는 거야...? "
" 응. 더 자. "
아직 못 잔건데... 원래도 일찍 자는 편은 아니었으나 두준의 고백 이후로 머리가 한층 더 복잡해져 해가 뜨고서야 겨우 잠이 들곤 했다. 어색하게 말을 마친 두준이 집을 나서자 홀로 남겨진 기광이 방으로 들어가려다 현관 바로 옆방의 문을 조심스레 연다. 방주인의 성격을 알려주듯 친근한 듯 깔끔한 방에 작게 웃음이 나온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사회인 축구팀에서 활동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두준인 만큼 벽 곳곳에 걸려있는 유니폼이 눈에 들어온다. 딱히, 뭔갈 찾기 위해 들어온 게 아니었다. 그냥, 며칠 만에 마주친 두준이 반가우면서도 한순간에 사라지자 괜시리 어딘가 허했다. 그래서 무작정 들어와 버렸다.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 ... 이건. "
방을 천천히 둘러보다 보이는 밝게 켜져 있는 노트북 화면과 키보드 위로 널부러져 있는 종이들 속 보이는 익숙한 얼굴. 부모님이었다. 뭐야. 왜, 이게 여기 있어. 노트북 화면에는 우리집 가족관계증명서가 띄어져있었다. 덜덜 떨려오는 손으로 부모님의 사망자 제적등본을 뒤적거리자 종이 하나가 팔랑이며 내 발 위로 떨어진다.
" 납..골당 분양 계약서... "
손이 떨려왔다. 목구멍으로 물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묻지 마 살인으로 세상을 떠난 우리 부모님은 모두의 눈초리를 받으며 산 한구석에 작게 묻혔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결혼을 극도로 반대하던 양가 탓에 친척들과는 연을 끊고 살아왔었고 이미 우리 부모님을 가족으로 받아드리지 않았던 그 사람들은 장례식마저 찾아오지 않았다. 상주로 앉아있을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날의 충격으로 며칠간 정신을 잃었고 사실상 허울뿐인 장례였다. 어린 나를 대신해 장례를 진행해준 요섭의 어머니는 장례가 끝난 후 내 명의로 작게 땅을 사 묘를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그 땅이 개발구역으로 지정되었나보다. 처분을 요구하는 서류가 함께 널부러져 있었다.
" 나도, 나도 잊고 살던 거란말, 이야. 흐윽, 네가.. 왜... "
불행뿐인 내 삶에서도 꿋꿋이 찾아가던 부모님의 묘에도 발을 끊은지 어느덧 2년이었다.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한 나를 빼내어 제 관할의 입원실 하나를 내주었다. 폐인이 된 나는 하루하루를 죽은 사람처럼 살아왔다. 내가 모든 것에 손을 놓은 시간동안 내가 처리해야 할 업무들은 모두 네가 도맡아 해주었다. 그런데, 그런데, 생판 남의 부모님 일까지 네 일처럼 해주는 너에게, 내가 정말 어울리는 사람일까. 난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야. 그런 나에게 봄을 선물해주려는 너를, 믿어봐도 되는 걸까. 심장을 부여잡으며 울부짖었다. 두준의 향이 가득 차있는 방 안. 그 안에 주저앉아 아프게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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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울었을까. 멍해진 정신을 부여잡고 두준의 침대 위로 쓰러지듯 몸을 뉘였다. 도저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내 방까지 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침대에 널부러져 어지러운 머리를 조금 진정시키고 나니 정신이 몽롱했다. 눈을 굴리자 어질러진 두준의 책상 앞 벽이 작게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나에게 주었던 귀걸이의 짝. 산더미 같은 종이뭉치들이 쌓여있는 두준의 책상 바로 앞 벽에 걸려 부드러운 은빛을 빛내고 있었다. 잠시 동안 귀걸이를 바라보던 기광이 허전한 제 왼쪽 귀를 만지작거린다. 두준이 준 귀걸이는 하고 있지 않았다. 그 귀걸이를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기에, 두준 역시 서운해 하지 않았다.
" ... "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어 벽에 걸린 귀걸이를 집어들었다. 아무렇게나 구겨 신은 신발에 걸려 넘어질 뻔 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정신이 다시 흐려왔다. 남들이 보기엔 이상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비틀거리면서도 다급히 택시를 잡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나를 보고 놀란 기사가 괜찮으시냐며 물어온다. 괘, 괜찮아요. XX대학병원으로 가주세요. 빨리요. 이제 막 해가 떠오르는 어스름한 새벽이었다. 벚꽃이 다 져버린 풍경이었지만 여전히 날씨는 포근한 봄이었다. 출근시간도 전이라 아직 고요한 도로 위 빠르게 달리는 택시는 어느덧 두준이 일하는 병원 앞에 도착했다. 잔돈은 안 주셔도 돼요. 대충 만원을 건네고 병원 안으로 내달렸다. 마침 열리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정형외과가 있는 3층을 향해 올라간다.
" 엇, 기광쌤... 아, 아니 기광씨 무슨 일이예요? 땀 좀 봐... "
" 하아, 두준, 두준쌤, 어디계세요? "
" 두준쌤 잠시 응급실 가셨어요. 곧 오실 텐데, 좀 앉아있어요. "
" 아뇨, 좀 급한 일이라서요. 고마워요 손쌤. "
간단한 감사인사를 건넨 후 황급히 엘레베이터를 타려했지만 엘레베이터는 이미 8층을 향해 가고 있었다. 평소라면 느긋하게 기다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대로 발을 돌려 엘레베이터 옆 비상구 문을 열고 들어가 뛰어 내려간다. 두칸, 세칸씩 한번에 뛰어 내려가는 다급한 발소리가 비상구에 울려 퍼진다. 1층에 도착해 굳게 닫혀있는 철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응급실의 풍경에 주변을 돌아본다. 그러나 보이지않는 두준의 모습에 들어차는 숨이 더욱 더 가빠진다. 어디 간 거야. 조급함에 살짝 올라온 짜증이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 기광아? "
두준이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알 수 있었다. 그토록 찾던 목소리. 2년간 내 곁에서 떠난 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죄책감이라는 겨울에 가로막혀 나밖에 모르던 이기적이었던 내가 진정으로 보지 못했던 사람. 애타게 찾아 헤맨 목소리가 들려오자 다시금 벅차오르는 눈물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두준의 얼굴을 보아야했다. 물기가 가득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자 잠옷차림에 좋지않은 몸을 격하게 움직여 창백해진 내 얼굴을 마주본 두준이 깜짝 놀라 저에게로 달려온다.
" 무슨 일 있었어? 얼굴이 왜이래. 어디 아픈 거야? 많이 아파? "
" 하나, 씩, 끕, 물어 봐아.. 바보야... 흐윽... "
집에서부터 이미 한참을 울어 퉁퉁 불어버린 내 양 뺨을 조심스레 감싸 쥔 두준이 걱정스러운 눈빛과 함께 질문을 쏟아낸다. 나도. 두준아. 앞뒤 다 잘라먹은 채로 냅다 말을 내뱉는 기광에 두준이 뭐? 라며 걱정으로 찌푸려진 표정으로 되물어온다. 나도, 좋아해. 두준아.
" ... "
" 속으로는 이미 알면서도, 모른척했어. "
난 그러면 안될 것 같았어
행복해서도 안될 것 같았고
평생을 혹독한 겨울 속에서 보내며 살아야 할 것 같았어.
그러다 못 견뎌 죽어버릴 때까지
그런데,
그런데,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 내 삶에,
네가 있더라.
말을 하면 할수록 떨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저의 울분이 섞인 고백에 두준의 눈이 점차 붉어지며 물기를 가득 머금는다. 택시에서조차 힘을 풀지않고 꽉 쥐고 있던 손을 펼쳐보이자 얼마나 세게 쥐고 있던 건지 귀걸이의 뾰족한 부분에 압박된 손바닥 위로 빨갛게 자국이 남아있었다. 뒤늦게 찾아오는 고통에 손이 살짝 떨렸다. 사실 차오르는 울음을 참아보려 힘껏 쥐고 있던 손은 집을 나설 때부터 떨려오고 있었다.
" 이건... "
" 한 쪽, 있었으면서. "
언제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던 거야. 너. 그 말을 끝으로 결국 참지 못하고 터져버린 울음이 부산스러운 응급실에 섞이지 못하고 겉돌자 느껴지는 시선에 두준이 제 손을 이끌어 밖으로 나간다. 퇴원 할 때까지만 해도 벚꽃이 만개한 정원이었는데, 어느덧 벚꽃이 피는 시기가 지나고 샛노란 개나리가 병원 휴게실 옆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너 기다리다 내 머리 파뿌리 될 뻔했어. "
" ... 바보. "
" 내 마음 몰라주신 누구 덕분에. "
" ... 고마워. "
진심이야. 알아. 진심인거. 이거, 채워 줘. 왼쪽 귀에 걸어주려던 두준이 제 오른쪽에 채워진 이어커프를 빼내는 기광의 모습에 눈을 살짝 크게 뜬다. 난, 이게 요섭이를 위한 건 줄 알았어. 그런데, 그저, 내 이기심이더라. 요섭이도, 이제 쉬어야지. 2년여 만에 빼낸 이어커프를 소중하게 만지작거린 기광이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런 기광을 보고 살풋 웃은 두준이 살며시 기광의 오른쪽 귀에 작게 달랑거리는 귀걸이를 채워준다. 사고가 있기 전 10년 넘게 귀걸이를 항상 하고 다니던 기광인지라 아직 막히지않은 구멍에 침이 수월하게 들어갔다.
" ... 예쁘다. "
평소 단정한 것도 화려한 것도 잘 어울리는 기광인만큼 기광의 귀에 걸려있는 귀걸이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 나머지 한 쪽은, 집가서 해 줘. 맘 같아선 당장에 연차를 내고 기광과 시간을 보내고싶었지만, 이미 환자가 밀렸을 터였다. 그걸 모를리 없는 기광이 두준에게 다가가 입을 가볍게 맞춘다. 다녀 와. 둘 다 울음기가 가득한 눈을 하고선 서로를 마주 본 채로 웃어보였다. 이번엔 두준이 살며시 다가와 조금 더 길게 입을 맞댄다.
" 벚꽃 다 져버렸네. "
" 벚꽃만 진거지 아직 봄인걸. "
" 용기내줘서, 고마워. 기광아. "
" 응. 끌어내줘서, 고마워. "
끝나지않을 것만 같던 추운 겨울을,
끝내줘서 고마워.
봄을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봄의 포근함을
되찾아줘서 고마워.
많이, 좋아해.
-
" 요섭아. "
이거, 돌려주러 왔어. 검은 리본이 예쁘게 묶여있는 이어커프를 손에 쥔 기광이 절벽 끝자락에 선다. 이어커프가 채워져 있던 기광의 귀에는 은색의 귀걸이가 반짝인다. 짝을 찾은 반대편 귀는 살랑이는 봄바람에 몸을 맡기며 작게 달랑거린다. 나, 이제 더이상 죄책감을 방패삼아 숨지 않을 거야. 열심히, 살아볼게. 봄에는 봄의 싱그러움을 느끼면서, 여름엔 여름의 불타는 태양을 맞으면서. 그렇게. 힘내서, 살아볼게.
" 이제, 편히 쉬어. "
많이 보고 싶을 거야.
퐁. 절벽 아래로 떨어진 이어커프가 작은 물소리를 내며 강물에 떠내려간다. 그만 울고 싶은데, 말을 듣지 않는 내 눈에는 또 눈물이 차오른다.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기위해 훌쩍거리자, 뒤에서 조용히 기다려주던 두준이 다가와 살포시 제 어깨를 감싸 쥔다. 마지막까지 울면, 저 꼬맹이가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어. 웃으면서 보내줘야지. 응? 옅은 웃음을 띄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두준에 기광이 애써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는 강물이 흐르는 방향을 향해 활짝 웃어 보인다. 나 갈게. 요섭아.
" 이제... 정말 하나만 남았네. "
" 응. 수고 많았어. "
적당히 개발된 동네의 작은 산에 위치한 부모님의 묘. 두준에게 고백한 그날 퇴근한 두준에게는 미안하지만, 부모님의 납골 일을 먼저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두준은 흔쾌히 나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고, 며칠이 지난 지금은 부모님의 유골의 이전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납골당으로 가는 길이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았던 2년이기에, 아무리 두준이 제 일을 대신 해주었다 해도 중간 중간 결합이 존재했다. 앞으로의 생활을 위해 나는 조금 무리를 해가면서도 모든 일을 처리했고, 이젠 정말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엄마, 아빠. "
아들 왔어요. 얼마 만에 불러보는 것인지. 깔끔하게 정렬된 납골실에 나란히 비치되어있는 두 개의 유골함에는 기광의 부모님의 성함이 정갈하게 적혀있다. 불효자라 어떡해. 2년 동안 잘 지냈어요? 여행은, 재밌게 하고 있어요? 둘이서 여행 다니느라 아들 까먹은 건 아니지? 그럼 나 서운해요.
" ... 그런데. "
아들 이제 괜찮아.
하늘도 바라볼 수 있고,
멋진 애인도 생겼어요.
물기 가득한 얼굴을 웃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이자 두준이 너스레를 떨며 부모님께 인사를 건넨다. 장인어른, 장모님. 처음 뵙겠습니다. 윤두준 입니다.
퍽.
결국 한대 맞았다. 미쳤나봐. 그렇게 말하면서도 발갛게 익은 얼굴이 마냥 귀여웠다. 겉으로는 말라 보이는 기광이지만, 힘은 저 못지않은 탓에 주먹이 꽂힌 어깨가 욱씬거려 온다. 니 서방 잡을 일 있니. 낑낑거리며 엄살을 부린 두준이 큼큼, 목소리를 다듬고는 자세를 올곧게 고쳐 기광의 부모님의 유골함을 또렷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 기광이, 소중한 아드님 제가 잘 데리고 살겠습니다. 걱정마세요. "
괜시리 부끄러워 시선을 피한 기광이지만 내심 고마웠던 건지 살짝 보이는 입꼬리가 올라가있다. 쟤가 나 괴롭히면, 와서 혼내줘요. 신발코를 바닥에 탁탁이던 기광이 입을 댓발 내밀고 어린 아이처럼 투정을 부린다.
" 너 울렸다간 너희 부모님보단 그 꼬맹이가 진심으로 나 죽이러 올 걸. "
" 그러니까 잘 하시라구요. 윤서방. "
여부가 있겠습니까 마님. 한참을 마주보며 킥킥대던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납골실에 들어오자 그제야 웃음을 멈추고 손을 마주잡아 부모님께 흔들어 보인 후 납골당을 빠져나왔다. 피곤해. 아직 몸이 약한 기광에겐 집에서 3시간 거리의 이곳이 버거웠던 모양이다. 여기 근처에 공원 있던데, 쉬었다가자.
" 좋다. 그치? "
" 응. 아직 봄이긴 하나 봐. "
" 너랑 다시 이렇게 얘기할 날이 올 줄 몰랐는데. "
정말, 기뻐. 화사하게 웃으며 말하는 두준에 저 역시 두준과 이렇게 대화해본 적이 언제인지 생각해보았다. 정말 저의 시간이 2년 동안 멈춰있다는 것을 알려주듯 이 역시 2년전, 이렇게 봄내음이 가득한 날이었다. 저가 신경외과 의사로 두준과 같은 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병원동료인 두준, 동운과 함께 휴게실 옆 정원에서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곤 했었다. 요섭의 일이 있고 난 후 더이상 의사로서의 능력을 상실한 나는 내가 회진을 돌던 병원의 입원실에 환자로 입원하였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간호사와 의사들과는 일면식이 있었고, 처음에는 많이 놀란 듯해보이던 병원식구들은 고맙게도 오며가며 나를 챙겨주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특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히 환자 대 의사로 대해 줄 것을 두준이 부탁했고, 그 덕분에 나는 별다른 항의없이 1년 반동안의 입원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병원식구들한테도 인사하러 가야되는데.
나를 숨기는데 급급했던 겨울을 빠져나오자,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 내일은, 병원식구들한테 인사하러 갈래. "
네가 없었더라면, 평생을 모르고 살았겠지.
" 그래. 그러자. "
어쩌면 난 지금까지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했을거야.
" 두준아. "
기다려줘서,
" 응? "
고맙고,
" 사랑해. "
정말 많이.
" 나도, 사랑해. 기광아. "
따스한 봄이 스며든 듯, 맞닿은 입술이 포근했다.
FIN.